[기자회견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이 필요합니다


2024년 8월 29일,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대한 역사적인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고, 국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지구적인 감축노력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할 몫에 부합할 것,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을 것,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할 것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내년 2월까지 국회에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합하는 국내외 흐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파리협정에 따른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전 세계 평균적으로 2018년 배출량 대비 약 61%를 줄여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도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이며, 충분한 수준의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어 국가 간 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도 2035년 감축 목표 수준이 국제 기준에 따라 최소한 60%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한변호사협회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지 1년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 관련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35년 감축 목표가 최소한 61%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들이 3건 발의되었으나, 기후특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점인 내년 2월까지 개정안 처리가 가능할 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출을 이유로 국회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논의에 앞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설정한 감축 목표가 어느 수준인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 그리고 ▲기후 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담보할 수 있는지, 그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2035년 감축 목표를 먼저 결정해버리면, “2031년부터 2049년 사이의 감축 목표를 국회가 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입니다. 또한 만약 정부가 2035년 감축 목표를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수준으로 축소시켜버리면, 이후 입법 과정에서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2035 NDC는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일정에 따르면, 빠르면 9월부터 정부안이 공개되고 이에 대한 온라인 의견수렴과 공청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늦어도 10월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2035년 감축 목표를 제출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봤을 때, 의견 수렴 기간은 실질적으로 약 1달에 불과합니다. 2035년 감축 목표의 수준이 국민들의 기본권과 삶의 조건을 사실 상 결정한다는 점에서 너무 부족한 시간입니다.


지난 기후특위 회의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정부가 먼저 2035년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후에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다시 상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이른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부처 협의를 통해 정부의 감축 목표가 한번 결정되고 나면, 입법 과정에서 이를 다시 상향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선 감축 목표를 결정하는 근거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자료 제공을 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부처 사이의 협의 및 이견 조정을 이유로 상임위 논의가 계속 연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헌법재판소가 개정안 통과 시점으로 제시한 내년 2월 이내에 2035년 감축목표와 관련된 단일한 정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정부가 국회와 협의와 소통 없이 단독으로 2035 NDC를 먼저 발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감축 목표 수준은 무엇인지, ▲IPCC 보고서와 국제사법재판소 판단 등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우리나라의 부담과 노력의 몫은 얼마인지, ▲석탄발전소와 내연기관차 제조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등을 위한 구체적인 보호 조치는 무엇인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2035년 감축 목표 설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국회에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감축 목표가 어느 수준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035 NDC 제출을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점인 내년 2월 이후로 미루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인 국회에서 함께 감축 목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2025년 9월 3일

기후위기비상행동, 국회의원 서왕진, 국회의원 정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