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의 주요 문제점
2024-06-01
- (총평) 11 차 전기본 실무안에서 에너지 전환을 통한 실효적 기후변화 대응의 의지를 찾을 수 없음
- 전기본은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 부문인 발전 부문의 전환을 담당하므로 우리나라 기후대응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행정계획임에도 제 11 차 전기본 실무안에 담긴 내용으로는 실효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움
- IPCC 가 지적한 바와 같이 1.5 도 온도제한 목표 달성 여부는 2030 년까지 얼마나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는지 여부에 달려있으며, 단기간에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중요한 수단임
- 그러나 실무안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38 년 기준 32.9%으로 이는 ‘22 년 기준 OECD 재생에너지 발전비율 32.8% 수준에 불과하며, 독일, 미국, 영국 등 2035 년 발전부문 100% 탈탄소화를 계획하는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음
- 원전/SMR 은 기술적 불확실성과 환경적 위험 문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건설기간이 길기 때문에 기후대응에 결정적인 기간인 향후 10 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없다는 중요한 한계가 있음
- (수요전망) 제 10 차 전기본 대비 목표 수요의 10% 증가는 사실 상 전력수요 관리를 포기했다는 선언에 다름없음
- 제 11 차 전기본에서는 ‘38 년 기준 목표 수요를 157.7GW 로 설정하였으며, 이는 제 10 차 전기본 상의 ‘36 년 기준 목표 수요인 144.0GW 대비 약 10% 늘어난 수치에 해당함
- 정부는 전기화+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추가 전력 수요를 고려하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10 차 전기본 상의 추가 전력 수요 10.5GW 대비 59%가 늘어난 16.7GW 로 설정되어 있어, 해당 수치 전망이 부풀려져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함
- 더구나, 제 10 차 전기본 상의 수요관리 목표는 17.7GW 이나, 이번 제 11 차 전기본 상의 수요관리 목표는 16.3GW 로, 오히려 후퇴하였음. 이는 EERS 도입 등 정부의 홍보와 달리, 실제 전력수요 관리 정책을 포기했다는 선언에 다름없음
- 전기본 수립의 구조 상, 전체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이를 고려하여 확정 설비를 제외하고 추가 필요 설비를 산정하는 방식이므로 전력 수요가 부풀려지게 되면 추가적으로 불필요한 발전소 설치가 수반될 수밖에 없음
- 이번 제 11 차 전기본에서 추가수요는 증가하고 수요관리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38 년 목표수요의 증가는 당연한 것이며, 목표수요 대비 확정설비의 차이를 추가용량으로 고려할 경우, 이는 발전소 신규 설치라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음
- 주요 선진국은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GDP 성장을 이루어 온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전력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산업의 다배출 구조 개선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수요 관리 강화가 필수적임
- (재생에너지) 정부는 ‘30 년까지 재생에너지 3 배 확대 약속을 이행하였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조삼모사에 불과함
- 한국 정부는 지난 COP28 에서 ‘재생에너지 용량 3 배 확대’를 약속한 바 있으며, 제 11 차 전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상향’을 통해 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음
- 정부는 태양광 및 풍력의 설비용량이 ‘22 년 23GW 에서 ‘30 년 72GW 로 증가하기 때문에, 3 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름. 왜냐하면 재생에너지에는 수력, 바이오매스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임
-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에 따르면, ‘22 년 기준 수력을 포함한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32.5GW 이며, 이를 3 배 확대하게 되면 97.5GW 로 제 11 차 전기본 상의 보급 목표 72GW 와 약 25.5GW 의 차이가 발생함
- 결국,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3 배 확대 달성’은 태양광 및 풍력만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 효과이며, 실제로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를 현저히 달성하지 못하는 수준임
- 더구나,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설치용량 3 배 확대’ 서약은 단순히 개별 국가의 현재 설비용량 대비 3 배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1.5 도 목표 달성을 위해 2030 년까지 글로벌 전체에서 추가되어야 하는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이7,792GW 이 되어야 한다는 것임
- ‘21 년 기준 글로벌 발전설비 용량 중에서 한국의 비중 (약 1.7%, US EIA 의 ‘21 년 통계 기준)을 감안하면, 한국이 담당해야 하는 추가 용량은 132.4GW 수준이며, 이에 따라 ‘30 년 목표는 ‘22 년 대비 5 배 증가한 164.9GW 가 되어야 함
- 결국, 제 11 차 전기본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태양광+풍력의 보급 용량이 ‘30 년 기준 72GW 로 달성이 예상되고 이는 국제 사회에 약속한 3 배 달성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한국의 책임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치임
- 태양광 예산 축소, 지자체의 베란다 태양광 사업 취소, 소규모 FIT 제도 폐지 등은 거꾸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이며, 이러한 反 재생에너지 정책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2030 년 기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은 요원함
- 또한, 정부는 제 11 차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의 보급 용량을 높였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30 년 기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은 제 10 차 전기본과 동일하게 21.6%에 불과함. 이는 결국 목표 수요를 전체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 용량도 약간 증가시킨 것에 불과함
- (화력발전) 석탄 감축은 찔끔, 이용률이 현저하게 낮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LNG 확대는 결국 전기요금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으로 전가
- 제 11 차 전기본에서 ‘30 년 기준 석탄 발전량은 122.5GWh 에서 111.9GWh 로 약간 줄어들고, 이에 반해 LNG 발전량은 142.4GWh 에서 160.8GWh 로 13%가 증가함
- 제 10 차 전기본 대비 제 11 차 전기본에서 ‘30 년까지 노후 석탄발전 폐지용량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량이 소폭 감소하는 것은 미세먼지 상한제, 배출권거래제 환경급전의 강화 등 추가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것도 문제임
- 전주기배출(life cycle emission) 기준으로 LNG 배출량은 석탄의 약 75%에 달하므로, 실제 석탄을 LNG 로 전환 시 감축 기여도가 25%에 불과함.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가격 상승 등 에너지 안보 및 경제성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음
-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은 매우 높아졌으며, 코로나 시기 평균 가격 대비 약 8 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바 있음. 이러한 가격의 상승은 가스공사가 구매하는 평균 구매단가를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한전의 적자 심화 및 전기요금 상승으로 나타난 바 있음. 실제 전력거래소의 발전원별 정산단가를 보면, ‘23 년 12 월 기준 LNG 발전단가는 184.3 원/kWh 으로 태양광 140.4 원/kWh, 풍력 128.7 원/kWh 등 재생에너지 대비 43.9~55.6 원/kWh 비쌈
- 석탄발전 폐쇄에 따른 대안은 비싼 LNG 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되어야 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무안에서 LNG 발전량을 늘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증대시키는 것임
- 특히 2030 년 이후 LNG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62.9GW 에 달하는 LNG 발전원의 2038 년 가동률은 14%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됨. 결국 석탄을 LNG 로 전환하는 것은 막대한 “좌초자산” 위험을 야기할 것임
- 노후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필요 설비의 상당 부분을 수소/암모니아로 설정하는 것도 문제인데, 제 10 차 전기본의 ‘30 년 수소/암모니아 발전량 13GWh 를 제 11 차 전기본에서 15.5GWh 로 약 20%나 증가시켰음. 수소/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오히려 비싸고, 조달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러한 발전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실성이 낮으며 석탄발전의 폐쇄가 아닌 계속운전을 정당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
- (원전/SMR) 경제성과 안전성, 시민 수용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은 원전/SMR 은 온실가스 감축 수단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없음
-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WINSR)에 따르면, 정부의 ‘원전 홍보’와 달리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비중은 ‘96 년 17.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22 년 기준 9.2%으로 낮아졌음. 실제 중국의 신규 건설 비중(+3%)를 제외하면 글로벌 원전 발전량은 90 년대 중반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음
- 지난 20 년간 원전의 신규 가동은 99 기, 영구 폐쇄는 105 기인데, 중국의 신규 가동 49 기를 고려하면 글로벌 차원에서 원전은 신규보다 폐쇄가 트렌드라고 볼 수 있음. 또한 지난 10 년간 신규 건설된 원전의 평균 공사기간은 약 9.4 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제 11 차 전기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대형 원전의 공사기간은 13 년 11 개월로 예상되고 있음
- 따라서 제 11 차 전기본에서 최대 3 기의 APR1400 을 ‘38 년까지 신규로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발전소들에 대한 준비는 올해부터 추진되어야 하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나타나 있지 않음. 더구나 애초 계획된 공사기간이 4.9 년이었던 신한울 1 호기도 실제로는 9.9 년이 소요되었던 점을 감안할 때, 원전의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전력공급의 공백을 상당 부분 화석연료가 담당하게 될 가능성도 매우 높음
- WINSR 보고서는 원전의 경제성도 이미 매우 낮아졌다고 보고 있는데, 원전의 ‘23 년 발전단가는 $180/MWh 수준으로 $50~60/MWh 수준인 풍력 및 태양광과 비교할 때 3 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따라서 제 11 차 전기본에서 원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며, 탄소중립에 대한 실제 기여도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됨. 더구나 원전계획은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이 아무런 지연 없이 이루어져야 달성이 가능함
- 하지만 (1)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설비 강화 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2) 일부 원전은 수명연장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며 (3) 신규 원전의 건설기간도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없음. 즉 조금이라도 지연이 발생하게 되면 그만큼 화석연료를 통해서 수급을 맞출 수밖에 없음
- 현 정부가 집중 추진 중인 ‘혁신형 SMR’의 벤치마크 대상인 원전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뉴스케일 SMR 인데, 동 프로젝트는 전력 수요자는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비용이 50% 급증하여 좌초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임. 우리나라도 ‘28 년까지 총 6 년 동안 사업비 5,832 억원을 투입하는 R&D 사업을 통해 SMR 실증 연구에 착수했으나,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임
- SMR 에 대한 사회적 합의, 지역주민의 수용성, 경직적인 계통 운영 부담 등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SMR 이 과연 싼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지 불투명함. 동 사업의 예타보고서에 따르면 뉴스케일 사업의 발전단가는 $99.5/MWh 수준으로, 한화 환산 시 약 137 원/kWh 에 달함. 이는 비용이 50% 이상 증가하기 이전의 수치로, 실제 건설 비용의 상승 등을 반영할 경우 실제 SMR 의 발전단가는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
- 반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30 년 기준 태양광 발전단가는 71.3 ~ 106.2 원/kWh 으로 SMR 대비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전원임을 확인할 수 있음. 따라서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비싸고, 불확실한 SMR 기술에 모험을 거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함